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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ː우리 마음나누기

건강한 성장과 힐링이 있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Hello, 자연과학대-

  • 등록일 2016-12-09
  • 조회수 1882

Hello, 자연과학대-

사람, 사랑, 상처.
어때요?
단어들이 뭔가 비슷한가요

...

김언수 작가가 쓴 <뜨거운 피>라는 소설이 있어요
주인공 ‘희수’는
부산 구닥다리 ‘구암’에 사는
마흔 살, 전과 4범, 동네깡패들의 중간 간부이자
만리장 호텔 지배인이에요.
희수를 중심으로
온갖 건달, 양아치새끼들이
서로의 구역을 차지하려고
사람을 회 뜨고, 깊숙이 칼로 찌르고,
배신하고, 복수하려 죽이고,
그래서 또 누군가는 죽고.
그런 이야기예요.

작가는 뭔 생각하며 이런 글을 썼을까 싶었어요
그저 뛰어난 글빨을 무기로
자극적인 조폭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니겠지.
닳고 닳은 뻔한 이야기!

투덜거리면서도,
그의 글은 넘나 재밌기에
만 하루도 되지 않아
595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툼한 책속 모든 글자를 빠짐없이 읽어내려갔고,
마지막 페이지에 쓰인 저자의 글까지 읽었지요

“저 추운 북극 그린란드에는 이누이트족이 산다.
이누이트족은 아무도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 분노에 대해서, 외로움에 대해서,
견딜 수 없는 역겨움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이누이트족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
각자 너무나 많은 짐을 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고민이나 문제 따위를 털어놓아서
상대방에게 짐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이 거친 북방인들은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왔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죽어야 했다.

물개기름 램프가 흔들리는 얼음집 안에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거나
아님 사냥 얘기를 하며 웃고 떠든다.

아무도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아무도 서로에게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 얼음집에서,
바다사자와 물개와 고래의 피를 마시고 자란
이 거칠고 뜨거운 사람들은
상냥하고 온순하고 평화롭게 지낸다.

그리고
어느 날
마음에 견딜 수 없는 격정과 우울이 찾아오면
조용히 얼음집 밖으로 나가 혼자서 자살을 한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아무도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바다사자와 물개와 고래의 피를 마시고 자란 사람들은
그렇게 죽는다.”

매년 천명중 서른 다섯이 자살한다는 그 곳
서로 부대끼며 웃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혼자 나가 자살하는 사람들

구암은 그 반대예요
얇디얇은 벽 사이로,
서로
먹고 싸고
사랑하는 소리를 다 듣고,
기어이 참견하고
죽어라 싸우는 사람들

"구암의 시절엔
짜증나고, 애중하고, 발끈해서 술판을 뒤집었지만
적어도 이토록 외롭지는 않았다

이 밤에 혼자 소주병을 따며
나는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을 건넬 방법을 떠올려본다
상처를 받지 않고 사랑을 받을 방법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든다
그런 삶은 없다
모든 좋은 것은 나쁜 것과 버무러져 있다
문을 닫으면 악취가 들어오지 않지만,
꽃향기도 들어오지 못하는 것처럼"

김언수 작가는
우리 사회가 구암에서 이누이트로 넘어간대요

극작가 딘센은 이렇게 말해요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 때,
그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때 견딜만해진다”

구질구질 할지라도,
...
우리는 서로에게,
얘기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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