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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란 굉장히 인간적 경험으로 출생과 동시에 오직 죽음으로 향해가는 인간의 실존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생명체'로서 이성을 부여받았고 출생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났으며 결국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자신은 고독하고 분리되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와 같은 분리는 곧 불안을 야기시킨다. 우리들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타인과의 결합을 이루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욕구, 가까움에 대한 욕구, 친밀감에 대한 욕구 등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왜 사랑이 어려울까? 현대인들이 사랑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프롬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우리들은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 수 있는가, 또 어떻게 하면 사랑스럽게 되는 가에 대해서 고민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성공하거나 사회적으로 허용하는 권력과 부를 누리고 여자들은 몸매를 가꾸고 아름답게 보이려고 한다. 이러한 매력적인 모습일 때 "선택" 받는다고 생각하며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둘째, 사랑의 문제를 '능력'의 문제가 아닌 '대상'의 문제로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롬은 사람들이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사랑할만한 또는 사랑 받을 만한 적당한 대상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워한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프롬은 빅토리아 시대 이전에는 사랑이란 결혼후에 발전하는 것으로 그 기술이 중요했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랑의 대상을 선택하는 자유가 주어지자 사랑의 '기능'보다는 그 '대상'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모든 문화에서는 구매욕과 상호 유리한 교환이라는 관념을 근거로 두고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들은 자신들의 교환가치의 한계를 고려하여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을 발견했다고 느낄 때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게 된다.
셋째, 사랑에 '빠지게 되는' 최초의 경험을 사랑을 하고 '있는' 지속적인 상태 또는 '머물러 있는' 상태와 혼돈하고 있다는 데 있다. 프롬은 "지금까지 서로 모르고 지내던 두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그들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 가깝게 느낀다든지 서로 일체감을 느낀다면, 이 합일의 순간은 생애에 있어서 가장 유쾌하고 가장 흥분된 순간이 될 것이다." 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에 발생하는 상대방에 대한 실망감은 점점 감정을 잃어가게 만들고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고 권태를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다른 사업과 같은 활동을 희망과 함께 시작했다가 갑자기 실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업과 같은 활동에서 실망한 부분이 생기면 실패의 원인을 발견하고 노력하고 개선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랑에서는 그렇지 않다. 프롬에 따르면 이는 "사랑하는 것보다 더 쉬운 것은 없다는 태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들은 사랑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사랑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면서 사랑을 갈망하고 있으니. 제대로 우리의 실존적 불안을 잠재우기가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기술"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익혀야 우리는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걸까?
프롬은 상담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유사한 이야기를 한다. 로저스의 충분히 기능하는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무엇을 현재 느끼고 생각하는 지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나의 과거 경험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리고 현재의 감정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 지를 온전히 알아야한다. 이와 같은 내 자신에 대한 깨어있음은 곧 합리적 신념을 이끈다. 내 사고와 경험, 느낌에 근거를 두고 있는 합리적 신념은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이와 같이 나를 잘 알게 되면 타인에게 의존하지도 타인의 승인이 아주 중요해지지도 않게 된다. 그리고 이는 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다.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과 신뢰성에 대해서도 신념을 지닐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위험을 감수하고 고통과 실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 즉,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다. 나를 잘 알고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 순간에 나의 감정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고 그를 충분히 받아들였을 때 우리는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랑에 대한 신뢰를 지닐 수 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그 느낌이 영원히 지속되지도 않는다. 또한 사랑을 할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내가 현재 사랑하는 그 사람은 절대로 다른 무엇과 대체하고 교환가능한 그런 '물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 내가 이 세상에 유일무일한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랑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있는 나의 다양하고 무수한 감정들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와 수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사랑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흘러가는 인간 실존의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다.